후성유전체와 노화, 질병 진단 및 예후

후성유전체란 무엇인가

후성유전체는 유전자의 염기서열 자체를 변경하지 않으면서 유전자의 활성화나 억제를 조절하는 일련의 메커니즘을 말합니다. 이러한 메커니즘은 DNA 메틸화, 히스톤 수정, 비코딩 RNA의 조절 등을 포함하며, 이는 유전자의 발현을 미세하게 조절하여 세포의 특성과 기능을 결정합니다. 이러한 후성유전체적 변화는 노화와 관련된 특성과 암을 포함한 다양한 질환의 발병과 진행에 중요한 역할을 하며, 이를 통해 암의 종류나 단계를 분류하는 새로운 기준을 제공할 수도 있습니다.

후성유전체와 노화의 연관성

노화는 생리적 기능이 저하되어 대사, 심혈관, 근골격계 및 신경 퇴행성 질환과 같은 노화 관련 만성 질환에 대한 감수성을 증가시키는 다인성 생물학적 과정입니다. 노화의 특징으로는 줄기세포 고갈, 세포 간 통신 변화, 유전체의 불안정성, 후성유전학적 조절 저하 등이 있습니다. 후성유전학적인 DNA 메틸화 패턴의 변화는 특정 유전자의 발현을 억제하여 세포의 노화를 가속화할 수 있습니다. 또한, 히스톤의 변형은 크로마틴 구조를 변경하여 유전자 접근성을 조절하며, 이를 통해 노화와 관련된 유전자의 발현이 변화할 수 있습니다. 연구에 따르면 후성유전학적 시계(Epigenetic Clocks)가 빠른 사람은 생물학적으로 더 빨리 노화하며, 결과적으로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 위험이 더 높다고 합니다. 후성유전체의 분석은 또한 우리가 어떻게 그리고 왜 노화되는지에 대한 통찰력을 제공하므로 장수 연구에서 중요한 새로운 도구가 될 수 있습니다. 후성유전은 DNA의 유전 정보와 달리 타고 나는 것이 아니라 식단, 생활 습관에 영향을 받고 가역적이기도 합니다.

후성유전체의 AI 분석과 노화 지표 예측

미국에서 후성유전체와 노화의 관계에 대하여 AI 기반의 연구를 하고 있는 기업인 Foxo 와 GERO라는 두 회사의 협업 연구가 최근 기사화 된 바 있습니다. Foxo는 UCLA 대학의 Horvath 랩에서 개발한 후성유전체 시계를 독점 라이선스 계약하여 생명보험 등에 예측 모델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FoxoLife 에서는 타액으로 후성유전체 검사를 하여 노화 관련 지표를 리포트를 제공해 주기도 합니다. Foxo는 각 환자에서 시간에 따른 후성유전체 분석과 의료기록을 보유하고 있어서 GERO가 연구해온 AI를 활용한 수명(Longevity) 예측 분석 협업을 하기에 좋은 파트너가 되었습니다.

Foxo의 후성유전체 시계 (Epigenetic Clocks)
Foxo의 후성유전체 시계 (Epigenetic clocks)

이외에도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본사를 둔 자이모리서치(Zymo Research)에서도 타액 샘플을 이용한 DNA 메틸화 분석 기술을 개발해 노화 속도를 예측하는 myDNAge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고. 미국 텍사스주 소재 에벌리웰(EverlyWell)도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후성유전학 시계를 활용해 현재의 건강상태, 질병 발생 가능성, 치료 결과의 예측 등을 확인해주고 그에 대응해 개인맞춤형 운동치료, 식이요법, 명상, 의료서비스, 건강기능식품 등 헬스케어 제품을 추천 및 권고해주는 서비스도 있습니다. 영국의 NAD클리닉(NADclinic) 이나 글로벌 회원을 보유한 뉴트리제노믹스(Nutrigenomix) 등이 이런 업체들입니다.

한국에서는 시선바이오머티리얼스가 ‘후성유전체 시계’를 이용해 노화 정도와 건강 관리 효과를 예측하는 ‘K-에이징인덱스(KAI)’ 지표를 올 초에 발표한 바 있습니다. KAI는 한국인의 후성유전체 정보를 바탕으로 AI 딥러닝 방식을 통해 노화 정도롤 평가하고 이에 대응하는 생활 습관 변화가 노화 속도 지연이나 건강 증진에 기여하는 정도롤 확인할 수 있도록 프로그래밍 되었다고 합니다. KAI 분석에 포함된 405개의 노화 관련 후성유전체 바이오마커 중 64개는 시선바이오가 자체 발굴한 것이라고 합니다.

후성유전체는 유전자보다는 유연하게 조절될 수 있기 때문에, 노화 과정에 대한 개입의 가능성을 열어둡니다. 예를 들어, 특정 효소를 통해 DNA 메틸화를 제거하거나, 히스톤을 변형하는 효소를 억제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이러한 방법을 통해 노화와 관련된 다양한 질환의 발병을 지연시키거나 예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다만, 후성유전체의 조절이 노화를 되돌릴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아직 명확한 증거가 부족합니다. 또한, 후성유전체 메커니즘은 복잡하므로, 하나의 변화가 다른 여러 유전자나 경로에 미치는 영향을 완전히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이러한 접근법이 안전하고 효과적인지에 대한 깊은 연구와 검증이 필요합니다.

후성유전체와 암

전통적인 암 분류 방법들은 종종 암의 외부적 특성과 초기 진단에만 중점을 둡니다. 그러나 암의 진행과 예후는 종종 후성유전체의 상태에 의해 크게 영향을 받습니다. 따라서, 후성유전체를 분석하는 것은 암의 근본적인 생물학적 특성을 이해하고, 더 정확한 예후를 제공하며, 개인화된 치료 전략을 개발하는데 매우 중요합니다.

후성유전체와 암 분류의 실제 사례

DNA 메틸화 패턴

뇌종양에 있어서 그 형태와 병리학적 특성, 치료 반응성이 다양하여 올바른 진단과 분류가 중요한 의학적 이슈입니다. 전통적으로는 병리학적 분석과 이미징 기술이 주로 사용되었으나, 최근에는 후성유전체의 연구가 이 분야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대장암, 유방암 등 여러 종류의 암에서도 특정 유전자들이 메틸화되어 발현이 억제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러한 메틸화 패턴을 통해 암을 더 세분화하여 분류할 수 있으며, 이는 치료 방향과 예후 판단에 중요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히스톤 수정

히스톤 수정은 크로마틴 구조를 조절하며, 이를 통해 유전자의 발현을 억제하거나 촉진합니다. 뇌종양의 예에서 히스톤 H3 단백질의 특정 아미노산 위치에서의 수정이 중요한 정보를 제공하며 종양의 악성도, 예후, 그리고 잠재적 치료 반응성을 평가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히스톤 디아세틸라아제(HDAC)의 활성이 높은 암은 HDAC 억제제로 치료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비코딩 RNA

비코딩 RNA, 특히 microRNA(miRNA)는 유전자 발현을 세밀하게 조절합니다. 암의 종류와 단계에 따라 에서는 miRNA의 발현이 변경되는 경우가 많으며, 이러한 변화가 종양의 성장, 침윤성, 그리고 약물 반응성과 관련이 있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miRNA 프로파일링은 암을 분류하고 예후를 예측하는 또 다른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습니다.

후성유전체와 임신중독증

임신 중독(자간전증, preeclampsia)은 임신 중에 발생하는 고혈압 및 단백뇨 등의 증상을 동반하며 모체와 태아 모두에게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상태입니다. 특히나 임신 초기에 나타나는 조기 발병 임신 중독은 후기 발병 임신 중독에 비해 중증 이환율과 태아 사망율이 8배 이상 높습니다. 최근 네이처 논문에 의하면 뉴욕과 벨기에 연구진이 액체 생검의 무세포 DNA의 후성유전을 분석하여 조기에 임신 중독의 위험도를 평가하고 아스피린을 예방적으로 투여하여 조기 심부전 발생률을 62%, 조기 발병 심부전을 82%까지 줄일 수 있었다고 보고가 되기도 했습니다.

혈액내 무세포(cell free) DNA를 측정하여 태아의 염색체수 이상을 검사하는 NIPT 선별검사가 임상에서 널리 활용되는데, 임산부가 암에 걸렸을 경우 선별검사 결과가 고위험(양성)으로 나올 수 있습니다. 이때 모체 혈액 속의 모체 유래 DNA의 후성유전을 분석하면 암이 유래된 기관을 특정할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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